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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콘크리트 마켓’에서 살아남는 소녀가 된 이유

이슈모어 by 이슈모어
2025-12-09
in 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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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마켓 속 이재인, 폐허 위에 선 10대 생존자

대지진 이후 폐허가 된 도시, 현금 대신 통조림이 화폐가 된 시장 ‘황궁마켓’은 영화 콘크리트 마켓이 그려내는 디스토피아의 심장부다. 그 한가운데, 낡은 후드티 차림으로 밧줄을 움켜쥔 채 주변을 경계하는 소녀의 얼굴이 있다. 바로 배우 이재인이 연기한 ‘희로’다. 2004년생으로 아직 스물한 살에 불과한 그는, 이 황량한 세계 속에서 가장 먼저 현실을 직시하고 움직이는 세대의 얼굴을 맡았다.

이재인이 이 작품을 촬영한 나이는 실제로도 극 중 인물과 비슷한 18세 무렵이다. 성장과 성인이 교차하는 경계선 위에서, 그는 생존과 양심, 두려움과 책임감 사이를 오가는 복잡한 감정을 고스란히 품어야 했다. 어른들이 만든 세계의 붕괴를 가장 먼저 떠안게 된 세대의 시선을 ‘희로’라는 인물을 통해 끌어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결국 이 배우의 존재감에 기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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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철제 구조물 사이에서, 이재인이 보여주는 표정은 단순한 공포나 패닉이 아니다. 이미 두려움을 수차례 삼켜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층이 있다. 잿빛 배경과 거친 옷차림, 손에 쥔 밧줄이 만들어내는 물리적 무게 위로, 그의 눈빛은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계산하고 있는 듯하다.

콘크리트 마켓 포토클립에서 밧줄을 들고 주변을 살피는 이재인
영화 콘크리트 마켓 포토클립 속 생존자 희로로 변신한 이재인

아역에서 장르 영화의 중심으로, 이재인이 쌓아온 필모그래피

배우 이재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관객에게 각인된 계기는 2019년 영화 사바하였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인 이 작품에서 그는 이정재와 호흡을 맞추며 쌍둥이 소녀를 연기했고, 묵직한 분위기의 서사 한가운데에서 섬뜩하면서도 슬픈 캐릭터를 소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역할로 그는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10대 배우 라인업의 중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전에도 어른도감, 아이 캔 스피크, 우리 몸 등에서 단단한 연기를 선보이며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었지만, 사바하는 이재인에게 “이 배우는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까”라는 기대를 붙여준 작품이었다. 이후 그는 전형적인 청춘 로맨스 대신, 장르적 색채가 강하거나 감정의 깊이를 필요로 하는 작품들을 선택해왔다.

2021년 영화 발신제한에서는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일상이 뒤집힌 가족의 딸을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해 드라마 라켓소년단에서는 배드민턴 국가대표를 꿈꾸는 소녀로 등장해,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는 10대의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르와 캐릭터의 결이 크게 다른 두 작품을 같은 해에 소화해낸 것은, 이재인이 이미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드라마 언더커버, 나이트 해즈 컴 등에서도 그는 한결같이 “직선적이되 단순하지 않은 10대 인물”을 맡아왔다. 흔히 청소년 캐릭터를 어린아이처럼 소비하는 서사에서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세대를 보여주려는 작품들이 이재인이라는 배우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 연장선 상에서, 콘크리트 마켓의 희로는 “어른들이 망가뜨린 세계를 대신 살아내야 하는 10대”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대지진 이후의 세계, 10대 시선으로 바라본 생존의 윤리

콘크리트 마켓의 세계관은 단순한 재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폐허가 된 도시, 통조림이 화폐가 된 시장, 계급과 폭력이 뒤엉킨 황궁마켓의 룰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극단적 비유에 가깝다. 이 세계에서 이재인이 연기하는 희로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규칙을 따르면서도 그 규칙의 모순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인물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인물이 갖는 ‘리더십’이 전통적인 의미의 카리스마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희로는 누군가를 압도하거나 끌고 가는 스타일의 주인공이 아니다. 대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으로서, 시장의 밖과 안을 동시에 바라본다. 이재인은 이런 미묘한 균형을 눈빛과 호흡으로 담아낸다. 말수가 적은 캐릭터임에도, 작은 표정 변화만으로 상황의 심각성과 감정의 결을 동시에 전달한다.

영화 속에서 희로가 맞닥뜨리는 선택들은 단순하다. “살기 위해 빼앗을 것인가, 아니면 함께 나눌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의 변주에 가깝다. 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주체가 10대라는 점에서, 관객이 받는 인상은 훨씬 복잡해진다. 이재인은 이런 선택의 무게를 과장된 감정 연기 대신, 마치 실제 상황을 체험하듯 절제된 톤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큰 액션 없이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메인 예고편에서도 확인되듯, 폐허가 된 주차장과 계단,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을 가로지르며 희로가 주변을 살피는 장면들은 거의 다큐멘터리처럼 건조하게 찍혀 있다. 카메라는 인물에게 과도한 영웅성을 부여하지 않고, 그의 눈높이를 따라가며 황궁마켓의 구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그 안에서 이재인의 연기는 “재난 이후 세대가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에 가까운 설득력을 얻는다.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다”는 21살 배우의 선택

인터뷰에서 이재인은 여러 차례 “유명해지는 것보다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해왔다. 실제로 그의 행보를 보면, 화제성 높은 로맨스나 학원물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고, 장르적 색채가 강한 작품을 선택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사바하와 어른도감, 발신제한, 그리고 콘크리트 마켓까지 이어지는 라인업은 “쉽게 소비되지 않는 이야기”들에 대한 선호를 드러낸다.

이러한 선택은 당장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는 느리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필모그래피가 가진 설득력은 높아진다. 이재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다양한 장르와 서사를 가로지르는 작품 목록이 나타난다. 이는 단순 아역 출신을 넘어, 이미 하나의 색을 가진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영화 하이파이브에서 초능력을 얻게 된 인물 중 한 명을 연기하며, 오락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상업영화에도 도전했다. 코미디와 액션, 판타지가 뒤섞인 이 작품에서 이재인은 디스토피아 속 희로와는 전혀 다른 리듬과 톤을 보여준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다른 장르를 오가며도 본인의 색을 잃지 않는다는 점은, 그가 앞으로 더 많은 감독들에게 러브콜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세대 장르 여배우로서의 가능성, 콘크리트 마켓이 남긴 것

콘크리트 마켓은 설정 자체의 과감함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많은 관객과 평론가가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이재인이 보여준 생존자의 얼굴이다. 그는 재난 이후의 세계를 살아가는 10대의 감정과 윤리를 과장 없이, 그러나 충분히 선명하게 스크린 위에 남겼다.

한국 영화계에서 10대 여성 캐릭터가 중심에 서는 작품은 여전히 많지 않다. 존재하더라도 서사의 도구로 소비되거나, 성인 남성 캐릭터의 이야기를 강화하는 장치로 소모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인이 맡은 희로는, “이 세계를 직접 바라보고 판단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누군가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향후 필모그래피에서도 이재인이 이런 주체적인 캐릭터들을 계속 만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선택과 콘크리트 마켓에서 보여준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그는 “장르 영화가 기대하는 리얼리티를 구현할 수 있는 배우”라는 확신을 남긴다. 관객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방식이 단순 스타성이나 화제성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다.

검색 키워드를 고려해 기사 하단의 설정에서는 포커스 키워드를 사용자가 지정한 대로 ‘이재인’으로 표기하지만, 본문에서는 배우의 정확한 이름인 이재인으로 일관되게 표기했다. 이는 배우와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자,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결국 콘크리트 마켓은 거대한 재난의 스케일보다, 그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는 한 청춘의 얼굴을 통해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그 얼굴을 완성한 사람이 바로 이재인이라는 사실은, 이 작품이 그의 커리어에서 어떤 이정표가 될지를 충분히 짐작하게 만든다. 지금의 선택이 쌓여 언젠가 “좋은 필모그래피”라는 목표에 도달했을 때, 그 길목에는 아마도 황궁마켓의 잿빛 풍경과, 그 속을 묵묵히 걸어가던 한 소녀의 뒷모습이 함께 떠오를 것이다.


작성자: 이슈모어 | 작성일: 2025년 12월 09일

Tags: 디스토피아영화이재인콘크리트마켓한국영화황궁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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