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한국영화가 만난 지점, 영화 중간계가 여는 새로운 실험
중간계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그 어디쯤에 존재하는 미지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다. 국내 최초로 본격적인 생성형 AI 기술을 전 과정에 적극 활용한 장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영화 팬과 업계의 관심을 동시에 받았다. 이 작품은 “죽은 자와 산 자 사이, 모든 것이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콘셉트 아래, 인간 존재의 경계와 선택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러닝타임은 비교적 짧지만, 실험적인 구조와 독특한 세계관 덕분에 “형식 자체가 하나의 문제제기”라는 평가도 따른다. 지금까지의 한국 장르 영화가 리얼리즘과 상업성을 중심으로 달려왔다면, 중간계는 기술과 상상력이 만나는 접점을 향해 방향을 튼 셈이다.
이승과 저승 사이, 세계관으로 완성한 중간 공간
영화 속 중간계는 익숙한 도시 풍경과는 전혀 다른,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어두운 회색 톤의 거리, 방향을 알 수 없는 계단, 현실과 꿈의 경계처럼 겹쳐지는 건물 구조 등이 등장하며, 주인공들이 서 있는 지점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연출진은 이 공간을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을 법한, 삶과 죽음 사이의 복도 같은 곳”으로 설정하고, 관객이 직접 그 경계에 서 있는 듯한 시선을 느끼도록 카메라를 운용했다. 특히 인물의 감정 상태에 따라 배경의 조명과 질감, 안개 효과 등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표현 덕분에 중간계라는 장소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한다. 공간의 분위기가 인물의 선택과 감정의 방향을 암시하는 장치로 사용되면서,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변요한·김강우·양세종, 중간계를 채운 얼굴들
중간계의 또 다른 힘은 캐스팅에서 나온다. 변요한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경계의 공간에 발을 들이게 되는 인물을 맡아,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오가는 감정을 조심스럽게 쌓아 올린다. 김강우는 진실을 알고 있는 듯한 미스터리한 존재로 등장해, 주인공을 끌어당기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며 서사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양세종은 중간 공간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듯한 젊은 캐릭터를 통해, 이 세계의 룰과 비밀을 은근하게 흘려보내며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 밖에도 방효린, 임형준, 이무생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합류해, 각자의 사연을 품은 인물들로 중간계의 층위를 풍성하게 만든다. 관객 입장에서는 “누가 진짜를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가”를 끝까지 의심하게 되는 구조라, 인물 간의 텐션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로 작용한다.
메인 예고편으로 먼저 만나는 중간계의 공기
영화의 분위기는 메인 예고편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어두운 복도, 낯선 빛, 쓸쓸한 도시의 야경, 그리고 인물들의 흔들리는 표정이 빠르게 교차하며, 이 작품이 단순한 공포물이나 액션물이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관객은 예고편만으로도 “이곳이 어디인지”, “이 인물들은 왜 이 공간에 갇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된다. 아래는 공식 메인 예고편이다.
예고편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계단과 문, 그리고 닫힐 듯 열려 있는 출입구는 중간계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 앞으로 나아갈지 뒤로 물러날지 알 수 없는 그 찰나가 시각적으로 구현된 셈이다. 이처럼 예고 영상은 서사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정서와 질문을 충분히 전달한다.
AI로 만든 세계, 한국 영화 산업에 던지는 질문
중간계는 기획 단계부터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배경 디자인, 일부 장면의 합성, 후반 색보정 과정 등에 생성형 AI와 관련 도구들이 도입되면서, 제한된 예산 안에서도 이질적인 공간감을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이는 한국 영화가 직면한 제작비 상승, 인력 부담, 상영 환경 변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동시에 AI의 활용이 창작자들의 역할을 대체하는가, 보조하는가에 대한 논쟁도 불러일으킨다. 중간계 제작진은 “사람이 방향과 감정을 정하고, 기술은 결과물을 돕는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인간 주도의 창작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결국 이 영화는 스토리뿐 아니라 제작 방식에서도 ‘경계에 서 있는 작품’, 즉 새로운 시대의 실험작으로 읽힌다.
관객의 반응과 중간계가 남긴 여운
극장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리지만, 공통적으로 “이전과 다른 시도”라는 점을 언급한다. 일부는 짧은 러닝타임과 열린 결말 구조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 정도 실험은 계속돼야 한다”고 평했다. 또 다른 관객들은 “완성도가 다소 거칠더라도, 앞으로 나올 작품들의 방향성을 미리 보여준 느낌”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특히 AI 기술로 구현된 배경과 조명, 사운드 디자인을 두고 “낯선데 묘하게 매력 있다”는 반응과 “아직은 사람 손의 섬세함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중간계라는 영화가 가진 의미이기도 하다. 완벽한 답을 내놓기보다, 앞으로의 한국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기술과 상상력을 결합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출발점인 셈이다.
중간에 서서, 다음을 준비하는 영화 중간계
중간계는 제목처럼 여러 층위에서 ‘중간’에 서 있는 작품이다. 이승과 저승의 중간, 현실과 환상의 중간, 사람과 기술의 중간, 그리고 전통적인 제작 방식과 새로운 시스템의 중간에 있다.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완성했다기보다는, 지금까지의 한국 영화가 밟지 않았던 길을 먼저 디딘 영화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처음 시도해야 다음 작품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중간계는 바로 그 역할을 자처한 작품이며, 출연진과 제작진의 선택은 한국 영화 산업에 적지 않은 화두를 던진다. 2025년, 이 영화는 거대한 흥행작은 아닐지 몰라도, “기술과 스토리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사례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더 많은 감독과 배우, 그리고 관객들이 이 질문에 각자의 답을 더해갈 때, 중간계가 열어 놓은 경계선은 점점 넓어질 것이다.
작성자: 이슈모어 | 작성일: 2025년 11월 1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