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 화보와 무대로 입증하는 2025년 존재감
비비가 2025년 들어 보여준 움직임은 명확하다. 패션·뷰티 협업과 정규 앨범, 대규모 투어, 대학 축제와 페스티벌 무대까지, 활동의 접점을 다변화하며 ‘콘셉트와 실력’을 동시에 확장하는 행보다. 음악으로 구축한 세계관을 화보와 무대 연출로 확장하는 방식은 그녀의 강점과도 맞닿아 있다. 과장된 신드롬 대신, 견고한 결과물을 차근히 누적하는 전략이 2025년의 키워드다.
정규 2집 ‘EVE: ROMANCE’, 방향성을 선명히 한 작품
비비의 정규 2집 EVE: ROMANCE는 5월 중순 발표됐다. 사랑·쾌락·도덕을 둘러싼 감정의 결을 14트랙으로 촘촘히 짠 앨범으로, 리드곡 ‘Apocalypse’는 “종말의 사과나무”라는 상상으로 쾌락과 창조의 경계를 비튼다. 단선적 서사 대신 모호함을 수용하는 태도는 전작에서 예고한 예술적 성향의 연속이며, 이번엔 스케일과 완성도를 동시 확장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첫 월드투어 ‘EVE’, 지역을 넓히고 무대를 정교하게
비비는 앨범과 연동된 첫 월드투어 ‘EVE’를 5월 서울 공연으로 시작해 북미·아시아·오세아니아까지 일정을 확장했다. 북미 지역 일정 공지와 회원 선예매 안내가 공식 채널로 공표되었고, 이후 일본 오사카, 타이베이, 오클랜드 등 하반기 일정도 순차 확정됐다. 이 투어는 라이브 편곡·서사형 세트리스트·비주얼 콘셉트를 통합 구성해 ‘무대형 아티스트’로서의 강점을 증명한다.

올리지오 협업, 뷰티·테크 교차지점에서 확장
RF 리프팅 기술 브랜드 ‘올리지오’는 올해 공식 채널을 통해 글로벌 앰버서더를 소개했고, 비비는 자신의 계정에서도 화보 컷과 함께 협업을 알렸다. 음악 활동의 메시지와 뷰티 테크의 이미지가 충돌하지 않도록, 미니멀한 스타일과 절제된 표정 연출로 일관성을 유지한 점이 눈에 띈다. ‘무대 밖’의 브랜딩을 과잉 노출이 아닌 콘셉트 연장선으로 다루는 태도다.
워터밤 시즌과 대학 축제: 현장성으로 입증한 퍼포먼스
여름 대표 페스티벌 ‘워터밤’은 해마다 라인업이 화제가 된다. 2025 서울·싱가포르 등 일부 공식 라인업 페이지에서는 비비의 이름이 확인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주요 스테이지에 오른 이력이 언급되며 플랫폼 적합도가 재확인됐다. 즉, 올해는 투어와 학교 축제 중심의 동선 속에서도 ‘워터밤급’ 대중 페스티벌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퍼포먼스 역량을 꾸준히 증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희대학교 축제, 세트리스트로 증명한 라이브 체력
9월 중순 경희대학교 글로벌캠퍼스 가을 축제에서 비비는 체계적인 세트리스트로 무대를 이끌었다. 현장 기록에 따르면 대표곡과 신보 수록곡을 혼합해 구성했고, 언더톤을 유지하면서도 후반부에 에너지 피크를 배치해 학생 관객의 함성을 끌어올렸다. 라인업 공지에서도 이름이 확인되며, 대학 축제 특유의 근거리 반응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라이브 강점을 드러냈다.
‘밤양갱’ 이후의 확장,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
‘밤양갱’의 성공은 비비를 ‘트렌디’에 가두지 않았다. 신보에서는 레트로 감성의 즉시성을 덜어내되, 멜로디·사운드 디자인·가사 메타포를 더 촘촘히 배치했다. 라이브에선 곡의 결을 과장하지 않고 관객의 합창·콜 앤드 리스폰스를 여지로 남기는 편곡이 눈에 띈다. ‘한 방’보다 ‘완성도’와 ‘지속성’으로 지지층을 넓히는 전략이다.
무대 연출: 콘셉트와 기술의 조합
비비는 조명·카메라 워크·의상 동선까지 ‘서사화’하는 설계를 택한다. 투어에서는 오프닝 프로젝션과 미드·라스트 구간에서의 톤 전환을 통해 트랙별 감정선을 명확히 했고, 축제 현장에서는 제한된 장비로도 드랍 지점을 정확히 찍어 관객 체감 휘발성을 높인다. 이런 연출 접근은 페스티벌·캠퍼스·홀 투어 등 공간마다 다른 변수를 계산한 결과다.
연기 활동, 스토리텔링 자산의 축적
비비는 배우 활동에서도 존재감을 쌓아왔다. 영화 화란(Hopeless)과 드라마 최악의 악에서의 출연은 음악과 별개로 서사 해석 능력을 입증했고, 스크린·OTT 경험은 무대 표정과 호흡 조절에도 자연스러운 반영을 낳았다. 음악적 메타포가 영상 서사로 치환되는 과정을 몸으로 겪은 셈이라, 신보와 투어의 연출 언어가 공연장에서 더 명확해진다.
글로벌 확장 동력: 88rising 제휴와 시장 감각
해외 활동의 관문에서 비비는 88rising과의 협업 경험을 토대로 팬 접점을 구축해왔다. 이 네트워크는 북미·아시아를 가로지르는 투어 설계와 페스티벌 연계를 돕는 실무 인프라이자, 콘텐츠 현지화의 기준점이 된다. 신보와 투어를 동시에 굴리는 올해 전략은 ‘로컬 반응’과 ‘글로벌 큐레이션’을 동시에 겨냥한 선택에 가깝다.
브랜딩: 사운드·비주얼·텍스트의 삼각 편성
비비가 택한 브랜딩은 세 갈래다. 사운드에선 장르 혼합과 메타포 확장, 비주얼에선 미니멀과 에지의 균형, 텍스트에선 함축·중의·유희를 통해 서사 여백을 남긴다. 올리지오 화보가 보여준 절제는 무대에서의 감정 컨트롤과 호응한다. 앨범·투어·협업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를 형성하는 셈이다.
올해 동선의 의미: 페스티벌과 캠퍼스, 그리고 투어
올여름 비비의 동선은 워터밤 정규 라인업의 공백을 아쉬워하는 팬도 있었지만, 실제론 투어·캠퍼스 무대·브랜드 협업이 빈틈없이 이어졌다. 워터밤 2025 라인업 페이지에는 이름이 확인되지 않는 반면, 경희대 축제에서는 근거리 호응을 극대화하며 신보의 라이브 호흡을 시험했다. 이는 대형 페스티벌의 일회성 파급력과, 투어·캠퍼스의 체감 반응을 병행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다음 스텝: 투어 하반기와 후속 싱글
하반기 투어 도시 업데이트와 후속 싱글 공개는 비비의 올해 완성도를 결정짓는 변수다. 오사카·타이베이·오클랜드 등 확정분 외 추가 도시가 붙을 경우, 세트 구성의 지역별 최적화와 현지 미디어 노출 전략이 동시에 요구된다. 한편 후속 싱글이 신보의 테마와 또 다른 각도에서 연결된다면, 앨범의 ‘사건성’은 더 길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정리: 축적의 미학으로 구축하는 장기 체력
비비의 2025년은 ‘확장’보다 ‘축적’에 가깝다. 앨범이 내러티브의 중심을 잡고, 투어가 라이브 언어를 정교화하며, 축제·캠퍼스 무대가 현장성을 보완한다. 여기에 올리지오와 같은 협업은 이미지 과잉이 아닌 콘셉트의 연장선상에서 작동한다. 과거 ‘밤양갱’으로 열린 대중성의 문은 닫히지 않았고, 지금은 그 문 안을 채우는 디테일의 단계다. 2025년이 끝날 즈음, 우리는 ‘단발성 히트’가 아닌 ‘완성도의 시간’을 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작성자: 이슈모어 | 작성일: 2025년 9월 23일